漁父辭 <屈原> 어부사 <굴원> 70×135cm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
容枯槁.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
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漁父曰. 聖人不
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世人皆濁. 何不淈
其泥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餔其糟而歠其
醨. 何故深思高擧. 自令放爲. 屈原曰, 吾聞
之.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安能以身
之察察. 受物之汶汶者乎. 寧赴湘流葬於江魚
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
乎. 漁父莞爾而笑. 鼓枻而去. 乃歌曰. 滄浪
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
濯吾足. 遂去不復與言.
굴원(屈原)이 쫓겨나, 강호에서 노닐며 못
가를 거닐면서, 시를 읊조릴 적에 안색은 초
췌하고 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어부(漁父)가
그를 보고 물었다. “선생은 삼려대부(三閭大
夫)가 아니십니까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
셨습니까” 굴원(屈原)이 대답하기를 “온 세
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해있는데 나만이 홀로 깨어 있
으니, 이런 까닭에 쫓겨나게 되었노라.“ 어
부(漁父)가 말하기를 성인(聖人)은 세상사물
에 막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따라 변
하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
두 탁하면 왜 진흙탕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
으키지 않습니까 뭇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
다면 어째서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薄酒)를
마시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처신하여 스스로 쫓겨남을 당하게
하십니까. 굴원(屈原)이 말하기를 “내가 듣
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冠)
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어찌 결백한
몸으로 더러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소상강(瀟湘江) 강물에 달려들어서,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어찌 결백한
몸으로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
소.” 어부(漁父)는 빙그레 웃고 뱃전을 두드
리고 떠나가면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으
면 되고, 창랑(滄浪)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면 되는 것을!” 그리고는 떠나가서 다
시는 함께 이야기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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